[사진제공=MBC]

[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 보장. 클릭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로켓배송의 마법 같은 편리함 뒤엔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3명의 노동자들이(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 추산) 사망한 쿠팡의 노동 환경이다. 

2023년 연 매출 30조 원을 돌파한 쿠팡이 만들어낸 물류혁신 현장에는 어떤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 것일까? MBC 'PD수첩'은 ‘로켓배송의 연료’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망 노동자 유족들과 전·현직 쿠팡 노동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24시간 돌아가는 국내 유통 1위 기업 쿠팡의 노동환경 실태를 들여다본다.

▶오전 7시 현관 앞 배송의 그림자

오전 7시 상품도착을 위해 매일 밤부터 새벽까지 왕복 20Km가 넘는 거리를 3회전까지 돌며 배송하는 쿠팡의 야간배송 기사들. 노동량은 많지만 적지 않은 수입이 보장되는 탓에 묵묵히 일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옥죄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7시까지로 한정된 상품도착 마감 시간.

쿠팡에는 다른 유통회사들과 다른 계약조건이 있다. 그것은 일명 ‘수행률’이라는 것으로 특정 구역에서 정해진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쿠팡 CLS가 해당 대리점에 영업구역 회수를 통보할 수 있는 조항이다. 또한, 대리점 계약해지 조건에 정해진 시간 내 배송 완료 비율(일명 ‘PDD 미스율’)을 책정해 수백 개의 물품 중 1개만 오전 7시를 넘기는 일이 발생해도 실질적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상시적 해고 공포와 마감시간 압박에 시달리니 자연적으로 과로에 몰리게 된다는 쿠팡 야간배송 기사들. 과연 쿠팡의 노동 계약조건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쿠팡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지난 5월, 남양주에서 쿠팡 야간 배송기사로 일하던 중 사망한 故 정슬기 씨. 유족들은 정슬기씨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과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쿠팡 CLS는 정씨가 하청 대리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라며 직접적인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쿠팡의 설명과 달리 故 정씨의 카카오톡에는 쿠팡 CLS로부터 직접적인 배송지시를 받고 수행한 흔적들이 빼곡하게 남아있었고, 동료 기사의 업무를 도와달라는 쿠팡의 업무 지시에 “개처럼 뛰는 중요ㅜ”이라는 답변까지 남기기도 했다. 지금도 故 정씨와 같은 처지의 많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저희 쿠팡의 새벽 노동에 종사하는 배송직들의 근로 여건이 그렇게 열악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 23.10.26. 쿠팡 CLS 대표이사 홍용준

'PD수첩'이 김주영 의원실에 의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쿠팡풀필먼트와 쿠팡로지스틱스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만 5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이 숫자엔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배송 기사들의 집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쿠팡의 특수고용노동직 노동자들. 과연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 외면받는 노동자들의 죽음. 쿠팡은 변화할 수 있을까?

2020년 10월 12일. 야간 업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욕조에 웅크린 모습으로 사망한 쿠팡 노동자 故 장덕준 씨. 근로복지공단은 조사를 통해 故 장씨의 사망 원인이 장시간 노동과 업무 강도 때문에 질병(급성심근경색)이라고 판단해 산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후 유족과의 소송에서 여전히 故 장씨의 업무는 과도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이어트로 인한 개인적인 사망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쿠팡 사망 노동자들의 유족들과 가족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쿠팡의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물류 혁신을 통한 성장과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설립 13년 만에 유통업계 절대 강자로 부상한 쿠팡. 하지만 그 빠른 성장 뒤에 드리워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일까?

MBC 'PD수첩' 1,434회 <죽어도 7시까지 도착 보장>은 10월 1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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