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무더기 통신조회’ 막는 법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이유로 검찰이 3000여명의 통신이용자 정보를 조회한 가운데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할 경우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조회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26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통신이용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의 정보를 조회하는 통신이용자정보조회(통신조회)의 경우에도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 진행하도록 규정한다. 지난달 초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인과 언론인, 일반 시민 등 3000여명을 통신조회 한 사실이 통보되면서 ‘민간인 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오전 이 의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국언론노동조합·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국회 검찰개혁포럼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필요성과 취지를 설명했다.
김하나 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은 “현행법은 ‘통신이용자정보’와 휴대전화 수발신 번호와 수발신 시간, 기지국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구분하고 있는데 통신이용자정보조회(통신조회)는 법원의 허가 없이, (조회사실 통보) 유예기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있지만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영장주의 하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개정안은)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율했던 통신정보를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율하도록 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사전·사후 통제가 가능하도록 정했다”며 “유예기간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3개월로 한정하도록 했다”고 했다. 또 “통지받은 당사자가 제공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구제절차를 신설했고 통신이용자정보를 불법 제공하는 것을 금했으며 불법으로 제공했다면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한국 수사기관이 수사목적이라는 포괄적 이유로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한국 정부에 이용자 정보는 영장이 있을 때만 제공하도록 권고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인권위원회 역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에서 국제 인권기준과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통신자료는 다른 정보과 결합할 경우 쉽게 개인을 알 수 있는 정보이므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될 개인정보로 판단했고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 사전·사후 사법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점, 개인정보가 제공됐는지 알 수 있는 동의절차가 없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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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010년경부터 정보인권연구소와 민변, 참여연대는 검경의 통신정보 수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고 헌법재판소 등에 수많은 소송을 진행해왔다”며 “헌재에서 인용이 되고, 이번에 언론인 등 3000여명 대량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확인된 이유도 최근 법이 개정돼 사후통보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그 제도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각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지 말고 개인정보보호, 정보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 통과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단체는 지난달 초 불거진 이번 사건을 검찰이 자행한 민간인 사찰로 규정했다”며 “이번 이성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와 관련이 없는 언론인들이 단지 관련자와 통화를 했거나 휴대전화에 전화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취재원 보호와 관련한 법안 논의가 이번 기회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번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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