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곽규택 “오늘만큼은 우리 정청래 위원장님 말씀에 힘 싣고 싶다”
지난 25일 국회 법사위는 딥페이크 관련 법안 심사 과정에서 수준 높은 토론과 합의 과정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알면서’ 단어를 넣어 이날 바로 통과시킬지를 두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법 체계상 반대 의사를 밝힌 유상범 의원이 법안의 신속성과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문제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찬성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합리적 토론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날 법사위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두고 “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의 허위 영상물, 소위 말해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그런 내용들인데, 4항에 딥페이크 영상 편집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 구입 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단순히 저장 시청하는 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 비교해서 아청법을 보면 이게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 신청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 이 조항에는 ‘알면서’라는 고의 조항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아청법에도 그리고 N번방 사건 때도 ‘알면서’ ‘고의로’라고 하는 부분이 법체계 안에 들어가 있다. 범죄는 진화하고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렇게 구체적으로 넣는 것들이 피해자들을 너무 많이 양산하는 것보다 정말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인 일을 하고 고의로 하는 자들을 먼저 처벌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는 “‘알면서’라는 개념이 바로 고의라는 얘기다. 고의로 했다. 그런데 지금 소지, 시청하는 행위는 고의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문으로 정리를 한 것이다. 법의 체계자구의 명확성을 위해서 우리 전문위원들과 의원들이 그 부분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본문을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다. 거기서 굳이 그걸 넣는다고 해서 과실범이 처벌되는 게 아니다. 그 법문 자체가 고의범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러면서 법사위는 딥페이크 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신속성을 들어 먼저 소위에서 통과한 채로 통과하고 ‘알면서’는 나중에 개정안에서 넣자는 안과 조금 늦어지더라도 ‘알면서’ 문구를 넣은 완성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등의 의견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우리가 20리를 가는 것이 목표인데 물리적으로 오늘은 10리밖에 못 간다. 20리를 가지 못한다고 10리 가는 것도 포기합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법안 처리 무산을 경계하며 최대한 이날 통과를 위한 토론을 진행해 갔다.
그러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만큼은 우리 정청래 위원장님의 말씀에 힘을 실어드리고 싶은 상황이다. 김용민 의원님 말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국민들의 관심사는 허위 영상물에 대해서 빨리 처벌 하는 형량을 올리자는 것이 지금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위원장님 말씀처럼 1소위에서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 통과를 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1소위에서 쟁점이 돼서 논의했는데 통과된 것으로 올라왔으면 전체 회의에서도 통과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다른 의견이 있고 ‘알면서’가 필요 없다고 결론이 내려지면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서 추가로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일단 오늘 우선 통과시키자고 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토론 끝에 정청래 위원장은 “전 국민적 관심사인 딥페이크 관련 법에 대해서는 시급성도 있고 전문위원에게 물어보니 ‘알면서’를 넣어서 통과시켜도 (법안 처리 등이) 그리 복잡하지가 않다고 한다”며 “유상범 간사님이 법의 체계상 문제를 제기하시는데 그 부분은 발언하시고 그냥 그렇게 통과하는 걸로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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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간사는 “제가 반대하는 이유는 법이라는 것엔 규정 형식의 체계가 있다. 지금까지 모든 행정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전부 다 고의다. 고의범이다. 그 고의범이라는 것은 모든 행위를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알고 그 행위를 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감정을 고려해서 법을 만들면서 문구를 넣은 것이 나중에 자칫하면 법률 용어들의 정비에 있어서 굉장히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조금 숙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며 찬성 의견으로 바꿨다.
법사위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넣은 ‘알면서’ 문구는 다음날인 26일 본회의에서 뒤집어졌다. ‘알면서’ 문구로 딥페이크 범죄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게 된다는 여성 인권 단체들의 우려가 터져 나와 ‘알면서’ 삭제 수정안이 나오고 수정안이 통과됐다. 영상엔 법사위의 치열한 토론 과정과 합의 도출 과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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