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윤 대통령 참석 행사 돌연 불참.. 2일 韓 빼고 용산 만찬...윤한 갈등 심화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윤-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의정갈등과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양측의 골이 깊어지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2일 원내지도부 만찬에 한 대표를 초청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한동훈 독대 요청 거부한 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 발표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당초 이 행사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시작 30분을 앞두고 한 대표는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은 "다른 긴급한 일정이 있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를 위해 의료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한 대표의 행보는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 대표 입장에서 의료계 인사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공식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한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만찬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 대표는 의정갈등 문제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독대를 거부해 식사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바 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을 청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한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닌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셈이다.
한동훈 '패싱' 정황.. 韓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 발언 후 尹 참석 행사 불참
이에 대해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다른 추계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면 이걸(협의체를) 무력화시키고 따로 하겠다는 거구나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적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리한 행사에 불참하고 의료계 인사를 만났다. 보기에 따라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독대 요청 거부와 추계기구 신설 발표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추계기구 신설에 대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는 대단히 절대적인 가치다. 여러 시도를 하는 건 가능한 얘기"라며 "여야의정 협의체가 해결의 참고인 것이고 그 과정에선 수급 기구도 필요하지 않겠나. 여러 노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추계기구 신설이 한 대표가 추진하던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패싱이 아니냐는 지적엔 "모든 것을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한 대표를 찾아 "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내에서 운영은 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보완할 수 있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며 "추계기구와 별개로 병행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부가 의료공백 사태 해결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 대표가 추진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패싱했다는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건희 리스크'에 尹·국힘 지지율 동반 하락
윤-한 갈등은 의정갈등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큰 뇌관은 '김건희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세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해 재표결이 예상된다.
문제는 김 여사 리스크로 인한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물은 결과(ARS, 95% 신뢰수준에 ±2.0%p)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 보다 4.5%p 내린 25.8%를 기록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60대에서 12.0%p 급락하고, 보수층에서도 5.8%p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ARS,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3.2%(4.0%p↑), 국민의힘 29.9%(5.3%p↓)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대(18.1%p↓)와 대구·경북(8.3%p↓)에서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60대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고, TK에서는 양당이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기록했다.
친한계, 김 여사 사과 요구... 친윤·반한, 사과 불가론 펼치며 '한동훈 책임론' 제기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오는 10·16 재보궐선거는 물론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부분은 사과라든가, 어떠한 매듭이 없으면 계속 끌려가게 될 것"이라며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도 앞서 지난달 27일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방어하려면 여당에 명분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 일부에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고 답했다.
반면, 친윤계와 반한 인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국감을 하지 않느냐"며 김 여사가 사과하면 "국감이 완전히 김건희 여사 국감, 정쟁 국감으로 돼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입장 표명, 사과 한 마디 하면 '그것 봐라. 잘못 시인하지 않느냐'며 그 다음 단계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일종 의원도 27일 CBS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사과인가"라고 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사과가 외려 논란을 증폭 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사과 불가론을 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같은날 YTN라디오에서 "전부 '김건희 여사 사과해라'는 이야기만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안에서 조율해야 할 부분이고 기다려야 될 부분인데 나가서 자꾸 그 이야기만 한다"고 당내 인사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를 겨냥해 "맨날 독대 이야기만 하고 앉아 있다"며 "보수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권 교체하고 2년 동안 굉장히 비정상적인 일이 많이 있었는데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이나 울산시장 사건 등이 하나도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다는 거다. 이재명 대표 수사도 마찬가지"라며 한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尹, 인요한 등 지도부 만찬 이어 내일 추경호 등과 만찬
한 '패싱' 반복.. 대통령실 "한동훈 참석 대상 아냐"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로 한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윤-한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인요한 최고위원 등 여당 지도부 인사 일부가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데 이어 이번에는 원내 지도부와 별도 만찬을 가지는 것이다.
이날 만찬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 및 관계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차원에서 해온 연례행사로 원외 인사인 한 대표는 참석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여러차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 지도부와 별도로 만남을 갖는 것은 윤-한 갈등 논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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