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국경에 결집한 이스라엘 탱크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로켓 등으로 반격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지상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달 17일과 18일 레바논 내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수천개가 동시 다발로 폭발하며 헤즈볼라를 겨냥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이후 대대적인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휘부를 대거 제거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마저 살해하면서 사실상 헤즈볼라를 궤멸 상태로 몰아넣었고, 29일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군사 시설을 폭격하며 친이란 세력 전체를 대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를 놓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측이 즉각 휴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병력을 급파했다.

이스라엘, 美에 헤즈볼라 인프라 겨냥 '제한적 지상전' 통보

예루살렘포스트, 와이넷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이날 오후 7시 30분 회의를 열고,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는 레바논 남부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으며 일부 마을에 탱크를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헤즈볼라의 라드완 특수작전부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북부 접경지 마을을 위협하는 데에 사용해온 인프라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침공 이유를 설명했다.

헤즈볼라도 1일 0시께 성명을 내고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의 덤불 지대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정황을 볼 때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아직까지는 전면전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여러 작전에 대해 통보해왔으며 지상전에 대한 언론 보도도 봤다"며 "현재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를 겨냥한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통보해온 내용"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현지 매체들도 이스라엘이 지난 2006년 때와 같은 지상전을 벌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을 개시했다는 확인된 보도는 아직 없으며 이스라엘군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아직이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지상전 돌입을 아직 공식 확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출처=연합뉴스]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으로 헤즈볼라 지휘부 궤멸.. 예멘 후티 반군도 공습

하지만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달 17일과 18일 레바논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폭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후 같은 달 23일부터는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포하고 연일 레바논 등지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헤즈볼라 궤멸을 위한 지상전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등 지휘부가 대거 제거된 상황이어서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를 소탕하겠다는 계획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까지 감행하며 이란이 배후에 있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폭격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예멘 호데이다까지 약 1천700㎞를 날아 발전소와 항구 시설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헤즈볼라도 지휘라인이 마비 됐으나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 직후 이스라엘 북부로 발사체 10여개와 드론 등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도 북부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을 집결한 데 이어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 집결시키는 등 작전이 더 큰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체면 구긴 바이든, 즉각 휴전 촉구.. 전투기 비행대대 등 수천명 추가 파병

양측의 전면전이 임박한 징후를 나타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측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며 지상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천 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으로 파병하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추가 병력 투입시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최대 4만3천명이 된다. 추가 병력에는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전날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역내 주둔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도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어서 중동 지역 내 2개의 항모전단이 위치하게 된다.

불타는 레바논 남부 [사진=AFP=연합뉴스]

한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이어 이번에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거나 휴전 요구를 무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CNN의 군사 분석가인 세드릭 레이턴은 이날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작전 세부 사항에 대해 미국에 고의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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