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지난 7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이명수 기자가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이 녹취에서 '서울의소리가 한동훈을 공격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녹취 시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으로 당시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문자를 자신에게 보내온 것을 읽씹한 것에 대해 '김 여사가 사과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대표간 갈등이 불거졌다.

녹취가 공개된 후 한 대표는 좌파 유튜버에게 공격을 사주한 것이라 규정하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이라며 배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남, '김건희 문자 읽씹' 거론하며 "김 여사가 배신감 느껴"

서울의소리에 정보 주며 "한동훈 공격해 달라"

서울의소리는 지난달 30일 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시기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7월경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행전관은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당시 논란이 됐던 '김건희 문자 읽씹'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비대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를 향해 잘못된 판단으로 총선 패배를 초래했다며 공세를 폈고, 한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대통령실에서는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며 김 여사는 사과 의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에게 '문자 읽씹' 논란은 악재가 될 수 있었으나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었고, 결국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다.

문제는 녹취에서 김 전 행정관이 서울의소리측에 한 후보를 당 대표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한 후보를 공격해달라고 요청한 대목이다.

그는 문자 읽씹 사건에 대해 "김 여사가 인간적으로 좀 배신감이 들었다. 그 XX 키워준 사람 아니야. 근데 이렇게 밟고.. 완전히 맛탱이가 가는 거지. 근데 또 이제 당 대표까지 해봐라"면서 "너희가 (서울의소리)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4월 총선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인지도 여론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보를 준다.

그는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70억 원대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자신을 위해 대권주자로서 조사한 게 있다"며 "기업으로 치면 횡령이자 사심을 가득 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7월 12일 서울의소리는 김 전 행정관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고, 원희룡 후보측은 한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한다.

즉,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녹취록이 공개된 셈이다. 이는 명백한 당무개입이다.

한편, 김대남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 사표를 내고, 22대 총선 경기도 용인갑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원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전략 공천되면서 경선도 치르지 못 한 채 탈락했고, 이후 8월 5일 서울보증보험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한동훈 "좌파 유튜버에게 공격 사주.. 부끄럽고 한심"

김종혁 "김대남 배후 수사해야" 진종오 "전당대회 분열 주체 드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한동훈 대표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김대남)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며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해가 안되는 건 대통령실 비서관이 어떻게 김 여사와의 대화를 공개한 전력이 있는 좌파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1개월간이나 통화를 계속 했느냐는 것"이라며 "도대체 대통령실에는 보안의식, 혹은 기강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혀를 차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경선 때 한동훈을 죽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좌파 매체까지 동원됐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영화와 소설처럼 공작정치 당사자에겐 보상이 주어졌다"며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는 누구인가. 김대남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정도의 막강한 실력자는 누구인가"라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진종오 최고위원도 "전당대회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며 "정권 불복 세력들과 손을 잡는 것은 재집권을 저해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대남 "한동훈 타격 줄 수 있는 위치 아니었다.. 韓·대통령실에 송구"

논란이 일자 김 전 행정관은 "당시 경선시기는 이미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나서 일어난 일"이라며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에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선임행정관 법률대리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 대표 관련한 모 유튜브 방송은 의뢰인(김대남)에 대해 해당 녹취를 불법 녹음한 기자가 오히려 한 대표를 공격할 수 있는 소스를 주겠다고 접근한 것으로 시작했으나 의뢰인은 해당 내용을 경선과정에서 쓰기는커녕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알린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당시 의뢰인은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특정 당대표 후보자를 어떻게 사주를 받아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그러한 위치에 있었다면 그런 직접 증거를 제시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당시 경선시기는 의뢰인이 당원으로서 이미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나서 일어난 일이며, 대통령실과는 무관하게 불법행위를 한 기자와 유뷰트 측의 악의로 시작된 일인 만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에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유튜브 방송이 의뢰인의 음성권을 침해하여 지속적으로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향후 계속적인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에는 송구하다는 말씀 전한다. 날조돼 주기적으로 방송되는 일개 유튜브 방송에 당정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명백한 대통령실 당무개입.. 혼자 할 리가 없는 사건"

진중권 "심각한 더티플레이.. 한동훈 끌어내리겠다는 의도"

김 전 행전관의 해명이 나왔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이라는 공세가 예상된다.

당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명백한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이라며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집권당의 경선 과정에 개입한 것 역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혼자 할 리가 없는 사건"이라며 "누구와 같이 했는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했는지 다 따져보고 처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심각한 더티플레이"라며 "결국 한동훈을 끌어내리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1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 말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런 더티플레이를 여사 몰래 했을까. 본인이 하고 여사한테 보고해 칭찬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총선 때 한 대표가 여사의 문자를 여러 차례 씹었잖나. 그전부터 계속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으니 한 대표가 안 받아줬을 것"이라며 "(한 대표처럼) 올바른 소리하며 대응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용산의 기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동훈을 끌어내리겠다는 용산의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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