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서울시교육감 후보인터뷰] 정근식 "보수·진보 진영 넘어서는 '혁신교육플러스' 추진…서울시민 모두 서울교육 주인 정책 펼칠 것"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근식 후보는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비록 진보단일후보가 됐지만 진보·보수 진영을 넘어서는 교육감이 되겠다"며 "전교조 정책이 무조건 서울 교육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과거 혁신교육 이름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정근식표 교육정책'을 실현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서 교육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할 것이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의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전교조이든, 교사노조연맹이든, 학부모회이든 관계없이 올바른 정책은 받아들이고 무리한 정책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중립적이고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서울 교육을 이끌어갈 것이며 서울 시민이 모두 서울 교육의 주인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일후보로 추대된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정근식 후보는 9월28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ZOOM' 으로 진행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인터뷰에서 "서울시교육감이 되면 진영을 넘어서는 '혁신교육 플러스' 정책으로 업그레이드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초학력 격차 문제제기 귀기울일 것...'정근식표 교육정책' '혁신교육플러스' 구상 밀어붙일 것"
지난 10년 동안 서울의 '진보 교육'을 이끌어왔던 조희연 전 교육감이 물러난 이후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는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정근식 후보대됐다.
범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정근식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 후보는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졸속과 불통 행정이다. 학계 및 전문가 집단의 합의나 시민 상식에서 벗어난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발표되고 집행되고 있다"며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후보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을 이어받고 업그레이드한 '혁신교육 플러스'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혁신교육 도입으로 과거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가 들어섰을 뿐 아니라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등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로 불렸던 분들 또는 취약계층의 교육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다만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격차 문제도 여전하다. 기초학력 격차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과거 혁신교육의 이름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정근식 표 교육정책', '혁신교육 플러스'를 구상하고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학력과 입시, 측정 중심의 교육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라며 미래 지향적 인재 육성에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정 후보는 "과거시대의 교육으로 돌아갈 경우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며 "혁신교육으로 많은 학생들이 풍부하게 독서를 하고 참여 관찰이나 학습 기회를 가지면서 자기 나름대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 그게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인데 다시 시험을 도입한다면 과거 회귀다. 우리 미래 세대의 교육은 과거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교육 성과가 상당함에도 시민들이 그 성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좀 더 많은 교육공동체와 시민사회 소통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과거 성과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의 주인은 시민 전체…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 구축, 교육지원청 25개 자치구와 1대1구도"
정근식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서울교육 플러스위원회'라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내세웠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기구다. 현재도 학교 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정 후보의 서울 교육 플러스 위원회는 '시민들이 교육의 주인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정 후보는 "교육지원청 단위로 기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 행정이 이뤄지면 좋겠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서울교육이 1호 모토"라며 "서울교육의 주인은 선생님이나 학생, 학부모를 넘어서 시민 전체가 서울 교육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정책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시민참여 교육행정'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현재 11개 교육지원청을 확대해 25개 자치구와 1대1 구조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교육지원청을 자치구 단위로 25개 교육지원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참여 열망이 상당히 높다"며 "지금까지는 11개 교육지원청이 되어 있고 자치구는 25개인데 그 몇 개의 자치구를 묶어서 하나의 교육청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고 진단하고 "자치구와 교육청이 일대일 구조가 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이다. 그래서 교육지원청 단위로 포함해서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또는 참여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행정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떄문에 교권 침해된 것 아냐, 인권 친화적 학교 현장 지향" "친일 역사왜곡 교과서, 교사-시민들 평가할 것"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진보 교육의 문제로 꼽고,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정 후보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정 후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조례가 있는 지역이 교사에 대한 존경이 더 높다는 자료가 있다"며 "인권은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권리까지 존중하고 이에 대한 책임 문제까지 내포한다. 인권은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동시에 인식하고 상호 공존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일방적으로 조례를 비난하거나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이 인권 친화적이어야 한다. 학생 뿐 아니라 교사의 인권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학부모들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는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장을 지냈던 정 후보는 학생들에게 역사왜곡시키는 '친일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퇴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이와관련한 한국사 교과서 한국학력평가원의 검정 취소에 대한 질문에 "선생님과 시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현재 학생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과거의 교학사 교과서보다는 훨씬 더 누그러진 형태로 표현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그것은 선생님 그리고 시민들이 평가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 물론 저는 새로 도입되는 역사 교과서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고, 문제의식은 다른 양식이 있는 시민들의 몫이다"고 말했다.
"학생·교사·학부모 구성원들의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 조정해야"
정근식 후보는 학생 인권과 교권, 학부모들의 권리가 충돌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갈등이 아니라 보다 나은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 발산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구성원들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로 이끌어가고 나아가 폭력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해 주목하고 치유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상처에 대해 주목하고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전문상담교사 확충에 많은 예산 투입해야"
많은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인성 관련 폭력사건도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 정 후보는 "수많은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심리적인, 정신적인 건강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런데 교육부는 전문상담교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오히려 관련 예산을 깎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학교의 상담심리사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나 또는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많은 전문 학자들과 얘기를 해보면 우리 학생들의 불안과 우울을 치유하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거기에 아주 상당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하는 요구가 많다"며 "나아가서 치유뿐만 아니라 예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건강한 미래,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미래 세대에 대한 심리적, 정신적 치유와 동시에 예방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걸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극히 걱정스러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말한대로 보다 많은 예산이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돌봄시스템 정책들 따로 놀아...현장 목소리 반영하는 정책 집행돼야"
정근식 후보는 또 국가 돌봄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도 '현장 중심'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후보는 "돌봄 문제나 보육 통합 문제 또는 방과후 학교 문제는 우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데 각각의 정책들이 따로 놀고 있을 뿐 아니라 예산도 자꾸 삭감되고 있다"며 "유보나 통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데 불통 정책을 거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현장 요구에 맞는 예산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교과서 교육효과 검증 안돼, 신중하게 검토한 뒤 1~2년 후 도입 적절"
또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둔 AI 교과서에 대해서도 유보를 주장했다.
정 후보는 "교육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입증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또 디지털 중독 우려도 있는데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디지털 중독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좀 더 신중하고 많은 토론이 이뤄진 뒤에, 적어도 1~2년 이후에 도입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 환경교육, 기후위기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 후보는 "기후와 생태 위기는 심각한 문제다. 미래 세대의 직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지속 가능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진보-보수 넘어서는 객관적, 중립적 교육감 될 것...전교조 정책이 곧 서울교육정책 되지 않을 것"
정근식 후보는 '정치적 진영' 문제에 대해서는 '진영을 넘어서는 객관적, 중립적, 균형잡힌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비록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선출되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보수나 진보를 넘어서는 교육감이 될 것"이라며 진보교육의 대표조직인 전교조에 대해서도 "전교조의 정책이 곧바로 서울 교육의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정 후보는 "기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서 교육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할 것이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의 방향으로 짤 것이다. 전교조건 교사노조연맹이건 학부회건 관계없이 올바른 정책은 받아들이고 무리한 정책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하지 한쪽 진영으로 치우친 정책을 펴지는 않겠다. 저 개인의 주관적 판단보다는 많은 분들과 대화를 통해서 객관적, 중립적이고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서울 교육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새로운 인물 선보이는 선거...보수·진보를 떠나 아이들과 서울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것"
또 재보선 각오를 묻는 질문에 정 후보는 "정치적인 구도가 교육감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는 '정근식'이라는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서울 시민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서울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저의 삶을 걸어온 길, 나의 교육 철학을 교육 현장에 접목시킬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귀한 자녀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세계적인 인재가 되는 꿈을 함께 꾸는 교육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후보는 1957년 전북 익산 출생으로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석사·박사이며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다. 서울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 제주 4.3평화재단 이사를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에 초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근식 후보는 이번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진보 단일 후보로 추대되어 10년 진보교육을 계승하면서도 '정근식표 교육정책'인 '혁신교육플러스' 정책 추진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진보단일후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인터뷰 주요 내용]
▲ 김능구> 폴리뉴스에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선의 우리 정근식 진보 단일후보님을 모셨다. 반갑다.
△ 정근식> 반갑다.
▲ 김능구> 후보님께서는 천신만고 끝에 진보 단일후보로 등록 마감일 날 확정됐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 정근식>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기보다는 여러 차례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당선됐다, 몇 차례의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단일후보로 추대되었다고 저는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민주 진보 교육감 단일후보라고 하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게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김능구> 후보님은 진보 교육 10년을 계승하느냐, 못하느냐의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주요 내용을 말씀해 달라.
△ 정근식>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일종의 졸속 행정 또는 불통 정책이다. 학계 및 전문가 집단의 합의나 시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발표되고 집행되고 있다. 이는 보수, 진보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보수적인 분들도 반대하는 정책이 그냥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보수적인 분들도 현재의 교육정책이 너무 무리한 또는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그런 정책이다.
저는 지난 10년간의 조희연 교육감의 혁신교육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가 들어섰다. 그리고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등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로 불렸던 분들 또는 취약계층의 교육 문제를 훨씬 더 진지하게 검토하고 거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왔다고 하는 점이 제가 지난 조희연 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에 긍정적인 점수를 주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 기초학력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교육 격차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 그런 문제 제기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고 좀 더 더 나은, 그래서 제가 '혁신교육 플러스다.' 이렇게 말씀드렸는데 저는 과거 혁신교육의 이름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정근식 표 교육정책'을 구상하고 밀어붙이겠다. 다만 이번 선거가 1년 8개월짜리 짧은 임기를 마무리하는 교육감 선거다. 그래서 너무 무리하게 정책을 바꾼다거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게 되면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 또는 학부모님들, 학생들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 점을 잘 헤아리면서 적절하게 방향은 제시하되 무리한 정책의 변화는 없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할까 노력 중이다.
▲ 김능구> 어제 조전혁 후보를 인터뷰했었는데 금방 후보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있어서 혁신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 교육의 질 저하다. 그리고 교육의 질 저하에서는 교육의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측정을 하겠다. 시험을 보겠다는 거다. 그래서 서울의 전수평가를 하되 시험은 다양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후보님은 학생들의 학력 측정, 시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 정근식> 과거의 산업화 시대에는 학력, 입시, 측정 중심의 교육을 해왔다. 지금은 단일한 기준의 측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너무너무 농후하다. 조희연 교육감이 '질문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많은 학생들이 풍부하게 독서를 하고 또 상당히 많은 그런 참여 관찰이랄지 학습 기회를 가지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조금씩 향상되어 왔다. 그게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시험을 도입한다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교육 방향이다. 우리 미래 세대의 교육은 과거 지향적인 게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는 그러한 교육 현장을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 김능구> 혁신 플러스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 줄 수 있는가?
△ 정근식> 어떻게 하면 교육의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좀 더 많은 교육공동체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통해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때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파악해서 제가 플러스라고 하는 말을 붙인 거다. 사실은 좀 더 나아가면 '조희연식 교육정책이 아니라 정근식식 교육정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라고 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성과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라고 하는 의미다. 우리가 A보다 A+가 낫지 않은가?
▲ 김능구> 후보님은 1호 공약으로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 교육 플러스 위원회'라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밝혔다. 현재는 학교 운영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것과는 무엇이 다른가?
△ 정근식> 저는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참여 열망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11개 교육지원청이 되어 있다. 자치구는 25개인데 그 몇 개의 자치구를 묶어서 하나의 교육청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저는 자치구와 교육청이 일대일 구조가 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지원청 단위로 포함해서 기존 시민들이 좀 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또는 참여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행정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서울교육, 이게 제1호 모토다. 서울교육의 주인은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학부모를 넘어서서 시민 전체가 서울 교육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철학이 이 정책에 깔려 있다.
▲ 김능구> 후보님은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방파제 역할을 하시겠다.' 이랬다. 그러면 현재 한국사 교과서 한국학력평가원의 검정 취소는 요구하실 계획에 있는가?
△ 정근식> 그 교과서에 대해서 제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평가하고 있고 그다음에 과거의 교학사 교과서보다는 훨씬 더 누그러진 형태로 표현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것은 선생님 그리고 시민들이 평가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 물론 저는 새로 도입되는 역사 교과서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고, 문제의식은 다른 양식이 있는 시민들의 몫이라고 판단한다.
▲ 김능구> 조전혁 후보는 진보 교육의 문제로 첫 번째는 혁신학교와 두 번째로는 학생인권조례를 꼽았다. 학생인권조례는 지금 서울시의회에서는 폐지가 통과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후보님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
△ 정근식> 제가 학생인권조례가 여러 가지 쟁점이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선생님들의 교권을 침해하고 있는가?' 그런 질문을 했다. 또 한 가지는 '학생인권조례가 다른 학생들의 학력과 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검토해봤는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경험적으로 확인했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이 약간 미세하지만 더 높다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인권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는 거고, 동시에 그것은 책임의 문제를 이미 내포하고 있는 거다. 인권은 권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동시에 인식하고, 상호 공존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로부터 나오는 거다. 그런데 너무 일방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비난하거나 그걸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기본적으로 학교 현장이 인권 친화적이어야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인권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학부모님들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되는 그런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 입장을 주장하면서 자기만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학교 현장의 인권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이 '인권 친화적 국가다, 인권의 모범적인 국가'라고 하는 것은 단지 인권헌장뿐만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인권들이 수많은 존중이 되고, 인권조례나 인권헌장이나 이런 걸 통해서 실천적일 때 한국이 진정한 인권국가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21세기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여야 한다.
▲ 김능구> 서이초 교사 사태를 겪으면서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슬픔을 겪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 대한 교권 보호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고, 자칫하면 이것이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 갈등하는 양상. 또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노출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후보님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 정근식> 학생 인권과 선생님들의 교권 또는 학부모들의 권리가 서로 충돌될 수 있다고 하는 우려에 대해서 충분히 주의하고 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그게 충돌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다 나은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각 주체들의 에너지의 발산이자 희망의 발현으로 판단한다. 다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적절하게 잡아져야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로 이끌어가고, 나아가서 폭력에 상처를 받은 분들에 대해서 수없이 주목하고 또 그분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그런 역할을 해왔다.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적 상처에 대해서 주목하고, 역시 피해를 받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 위로할 수 있는 '위로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 김능구> 학생들의 우울증 사망이 세계 1위이고, 학생들의 인성 관련 폭력 사건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마음 건강, 인성 함양을 위한 심리상담 등 전문 상담교사 채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이와 같은 입장을 주장하면서도 이번에 비교과 상담교사 채용은 작년 대비해서 TO를 절반 이상 줄여서 교육부가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근식> 우리 학생들의 미래는 과거의 세대에서는 미래가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미래란 굉장히 어둡고 회색 빛깔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인, 정신적인 그런 건강의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말씀하신 대로 현 교육부는 그것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오히려 예산을 깎음으로써 실제로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교의 상담심리사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나 또는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많은 전문 학자들과 얘기를 해보면 우리 학생들의 불안과 우울을 치유하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거기에 아주 상당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하는 요구가 많다. 나아가서 치유뿐만 아니라 예방이 굉장히 중요한 거다.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고, 건강한 미래,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미래 세대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치유와 동시에 예방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걸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극히 걱정스러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 김능구> 저출생으로 국가 존립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국가 돌봄시스템 구축이 중앙에서부터 상당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에 이에 대해서 적극적인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말씀해 달라.
△ 정근식> 돌봄 문제나 보육 통합 문제나 또는 방과 후 학교 문제는 지금 다양하게 우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 각각의 정책들이 따로따로 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정책에 필요한 적절한 예산이 삭감되고 있고 또 유·보통합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불통 정책을 그만 거두시고 좀 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그러한 정책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요구에 응답하는 예산 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김능구> 내년부터 도입되는 AI 교과에 대해서 후보님은 '점진적으로 도입이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주셨다. AI 교과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근식> 교육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충분히 교육 효과가 입증된 후에 도입되어도 전혀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두 번째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젊은 세대가 디지털 중독이라고 하는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잘못되면 디지털 중독 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실질적으로는 교육 효과는 별로 없는 그런 정책으로 가게 되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조금 더 신중하고, 좀 더 많은 토론 이후에, 적어도 1~2년 이후에 도입되는 것이 맞다.
▲ 김능구> 우리 학생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해서 탄소 제로 정책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다. 감동적이었는데 학교에서 환경교육, 기후위기 교육 등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근식> 글로벌한 수준에서의 기후·생태 위기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기후·생태위기는 단지 기후 생태위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미래 세대의 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동시에 기후·생태 교육은 단지 기후·생태 위기 교육 자체가 아니라 미래의 직업 선택과 관련된 경제 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ESG교육 또는 ESD교육이라고 한다. 그런 지속 가능한 교육이 좀 더 더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판단한다.
▲ 김능구> 선거에서도 중요하겠지만 교사 조직인 전교조와 교사노조연맹이 있다. 교육감이 되신 이후에 이들과 관계와 어떻게 관계하실 건지에 대해서 계획을 듣고 싶다. 전교조와 교사노조연맹.
△ 정근식> 저는 과거 전교조 출범 당시에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 상당한 힘을 기울여서 진실 규명을 했지만 전교조의 정책이 곧바로 서울 교육의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거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교육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할 것이며, 나아가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전교조건 교사노조건 학부모회건 관계없이 올바른 정책은 받아들이고, 무리한 정책은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거다.
▲ 김능구> 어제 조전혁 후보를 인터뷰할 때 중도·보수 후보를 중도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니까 자기는 '중도는 없다고 본다.' 이랬는데 오늘 후보님 이야기 들어보니까 후보님이야말로 중도·진보 단일후보 같다.
△ 정근식> 비록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선출되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보수나 진보를 넘어서는 교육감이 될 거다. 서울 시민들이 요구하시는 눈높이에 맞춰서 하지 제가 어떤 한 쪽 측면으로 치우쳐서 정책을 집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조전혁 후보께서 중도·보수를 자칭했다고 하면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별로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행로를 보면 뉴라이트 진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저한테 여러 분이 하고 있었다.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저는 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많은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그리고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서울 교육을 이끌어갈 거다.
▲ 김능구> 보수진영에서 2012년 문용린 교육감 이후에 12년 만에 보수 단일화가 성사됐다. 그래서 이전에는 보수가 분열되고 진보가 단일돼서 진보 교육감들이 탄생하게 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근식> 정치적인 구도가 교육감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정근식이라고 하는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서울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선 보이는 선거다. 제가 걸어온 길을 잘 보시면 제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다. 저는 보수냐 진보냐, 그런 것을 넘어서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 서울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삶을 걸어온 길, 제가 걸어온 길 그리고 저의 교육 철학을 서울 교육 현장에 접목시킬 거다. 아마도 서울 시민들은 그러한 점을 주목해서 보실 것으로 기대한다.
▲ 김능구> 보궐 선거라서, 또 교육감 선거라서 투표율이 굉장히 낮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 정근식> 정성을 다해서 노력한다면 서울 시민들이 응답해 주실 걸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많은 분들이 예측하지만 저는 저의 정성이 서울 시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 김능구> 마지막으로 후보님의 필승 전략과 서울시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 정근식>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알고 서울 시민도 알 것이다.' 저는 그러한 좌우명으로 지금 선거에 임하고 있다. 시민들이 안심하는 그런 교육감이 되겠다. 댁의 귀한 자녀들을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말 그대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그래서 세계적인 인재가 되는 그런 꿈을 함께 꾸는 교육감이 될 것을 엄숙하게 약속드린다.
[진보단일후보 정근식 후보 서울시 교육감 출마 선언문]
안녕하십니까.
서울특별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정근식입니다.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불과 엿새 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바로 이곳을 지나 교육청을 떠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던 서울 혁신교육도 함께 위기를 맞았습니다. 역사의 상처를 보듬어 화해를 이루려 했던 10년차 교육감의 갑작스런 중도 하차를 보며,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십니다. 조금씩 아물어 가던 교육계의 오랜 상처가 다시 덧나는 것은 아닌지, 공존과 포용을 향해 나아가던 서울교육의 흐름이 역류해 적대와 갈등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적대의 악순환을 끊고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우리 근현대사의 폭력과 상처를 연구하고, 그 치유와 화해를 위한 실천을 해 왔습니다. 우리 교육의 역사적 상처가 다시 헤집어진 지금, 저는 적대의 악순환을 끊고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공적 실천에 나섭니다.
저는 지난 10년 혁신 교육의 성과를 잇고, 그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혁신의 길을 찾는 서울시 교육감이 되고자, 기자 여러분과 서울 시민 앞에 서게 됐습니다.
교육이 언제까지 불안과 걱정의 대상이어야 합니까.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며, 따라서 교육에 희망이 깃들어야, 우리 사회 역시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희망의 교육은 적대가 아닌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저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우리 역사의 상처를 씻고 화해의 길을 여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바로 그 화해의 실천을 교육계에서 이어가려 합니다.
혁신 교육의 철학을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10년 혁신 교육은 우리 학교를 근본적으로 바꿔냈습니다. 체벌과 촌지가 완전히 사라졌고,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 문화는 이젠 흔적도 찾기 어렵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뿌리내렸습니다. 학생들은 암기식 지식교육을 넘어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교육을 경험했습니다. 이처럼 빛나는 성취를 가능하게 했던 혁신 교육의 가치와 철학, 바로 '일등주의 교육'으로부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오직 한 사람(only-one) 교육’으로 나아갔던, 그 정신과 열정을 이어가겠습니다. 아울러 혁신 교육의 주요 정책과 기본 방향 역시 충실하게 반영하겠습니다. 미래 사회의 도전에 응전하는 인재를 기르는 국·토·인·생(국제공동수업·역지사지형 토론수업·인공지능교육·생태전환교육)교육은 보다 창조적으로 발전 시키겠습니다.
소수자와 약자를 존중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혁신 교육이 우리 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존중 때문이었습니다. 교육에 절망하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혁신 교육은 바로 이 같은 격차의 재생산을 막고자 했습니다. 열악한 학교에 더 많은 운영비를 지원하는 학교 평등 예산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는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더욱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약자, 소수자 학생들이 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에서 17년 만에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장애인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습니다. 긴 갈등을 극복하고 장애인 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성과를 이어받고 발전시키겠습니다. 아울러 계속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를 강화하겠습니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을 위한 정책도 확대 강화하겠습니다. 기존 공교육 바깥에 있는 대안학교 학생들, 홈스쿨링, 학교 밖 청소년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 역시 이어가겠습니다.
또 학교에서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와 제도가 정착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는 일반직 공무원, 무기계약직 형태의 공무직, 기간제 선생님 등을 포함해 아주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합니다. 교실과 운동장, 급식실에서 넘쳐나는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 뒤에는 수많은 분들의 땀방울이 있습니다. 다양한 학교 구성원 가운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서이초의 비극을 기억하며 교권과 학생인권을 함께 보장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의 민주화 이후 새로 제기되는 과제에 대해선 기존의 관성과 통념을 깨는 과감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혁신 교육 역시 때론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발생한 서이초등학교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거침없이 분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민원과 갑질이 빈발하고, 조용한 열정을 교육에 쏟아왔던 교직원들은 깊은 상처를 입곤 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학교의 경험으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민주화 투쟁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학생의 인권과 선생님의 교권이 함께 존중받는 학교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과 언어를 통해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 재직하면서도, 초중등 선생님들의 고뇌와 열정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소통해 왔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도 꾸준한 토론과 실천을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저의 경험이 민주화 이후 새로운 학교 문화를 찾아가는 길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그리고 학생, 학부모와 함께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뙤약볕 아래 광장에서 검은 점으로 모였던 선생님들의 절절한 외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절망과 슬픔을 딛고,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재정 위기에 대응하는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내년은 고교학점제 시행을 비롯한 교육정책의 거대한 변화가 예정돼 있습니다. 낯선 변화가 혼란이 아닌 기회가 되게끔 하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저는 학생의 자율을 존중하되 사회적 형평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잠재 역량을 끌어내는 길에 장애물이 있다면, 시민과 함께 치워내겠습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금, 모든 학생이 잠재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하게 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이 필요하다면 적극 협력하고, 때로 맞서야 한다면 치열하게 맞서겠습니다.
특히 지방 교육재정을 둘러싼 혼란을 수습하겠습니다. 세수 감소와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교육재정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여기에 더해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의 행정 절차가 진행되면서, 교육재정에 대한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은 교육재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쓰는 동시에, 줄어든 학령인구가 미래의 도전에 맞서 최대한의 역량을 계발하도록 보다 효과적이고 과감하게 재정을 사용하는 지혜를 찾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사회 일각의 역사 왜곡의 위험 직시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역사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닥칩니다. 우리의 삶은 지난 역사의 퇴적물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따라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은, 미래의 시민을 기르는 교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으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사회사를 평생 연구한 학자로서, 저는 우리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협소한 국가중심주의를 벗어나서 세계시민으로 자라야 합니다. 동시에 강자의 침략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역사 인식에 대해선 비판적인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본 사회와 우정어린 교류를 더욱 긴밀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일제 강점에 부역했던 친일을 옹호하는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역사 교과서의 퇴행을 막는 작은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전문가, 시민사회와 활발하게 협력하겠습니다.
과학기술 시대를 선도하는 서울교육을 구현하겠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 앞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거대한 변화는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진보가 혁명적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빛에는 희망과 불안이 엇갈립니다. 인공지능, 생명과학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우리 학생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학교가 준비해야 합니다. 창조적 과학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귀를 더욱 기울이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은 고도 과학기술과 산업 사회의 그늘에도 대비하는 힘을 기르며 자라야 합니다. 기후 변화로 대표되는 생태 위기는 이제 누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 감수성, 생태적 관점에서 지구를 살피는 역량은 이제 교육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낡은 이념과 진영의 경계를 넘어 폭넓은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책을 읽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역할은 학교 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양한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을 운영합니다.
산업과 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젊은 시절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론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평생학습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혁신을 하겠습니다. 노인 세대와 중장년 세대, 그리고 청년과 청소년, 어린이가 함께 책을 읽는 도서관 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내겠습니다. 저는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부원장을 지내며, 기록과 장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다고 자부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의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이 시민의 사랑을 받도록, 그리하여 책을 읽는 시민이 더욱 늘어나도록 모든 노력을 쏟겠습니다.
세계에 영감을 주는 서울교육을 이루겠습니다
초중등교육이 무리한 경쟁으로 치닫는 배경에는 대학과 직업의 서열화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저는, 비교육적인 대학 체제를 바꿀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개혁에 대해서도,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을 아우르면서 세계에 영감을 주는 서울교육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교육감의 공백으로 우리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불안해하십니다. 선거 운동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손잡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단 한 명의 목소리도 소외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입장이 조화와 균형을 찾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정말 힘든 길이지만, 쉬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