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란,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발 발사.. 네타냐후, 재보복 예고하며 전운 고조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란이 1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등이 숨지자 같은 달 13~14일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여만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후 이스라엘이 또 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보복은 없을 것이라며 확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으나 네타냐후는 즉각 재보복을 다짐해 양측의 무력충돌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니예·나스랄라 사망, 삐삐 폭발.. 보복 벼른 이란 행동 나서
이스라엘·미국 방공망에 대부분 격추.. 제한된 공격일 수도
이란은 1일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7월 31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 테헤란의 숙소에서 암살당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해 지난달 17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폭발을 감행하고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나르랄라 등 지휘부를 잇따라 제거했다. 당시 공습으로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사망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에는 예멘 후티의 거점을 폭격한데 이어 전날인 1일에는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자 이란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하며 행동에 나섰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하니예와 나스랄라,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임을 명시했다.
다만 이번 미사일 공격도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방공망을 뚫지 못하며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경상 2명, 팔레스타인에서 사망자 1명이 나온 것이 전부다.
지난 4월에도 이란은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영사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이 살해되자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360여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 150여발을 날렸으나 대부분 공중에서 격추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공격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이스라엘 내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도 성명에서 "방공체계가 작동한 덕분에 피해는 경미했다"며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 일부 타격이 있었으나 경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란 "이스라엘 추가보복 안하면 보복 끝" 네타냐후 "이란 큰 실수, 대가 치를 것"
반면, 일각에서는 확전을 꺼리는 이란이 수위 조절을 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을 비롯한 이란 인사들도 '정확하게 계산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사일 발사 후 이란의 공식 입장을 감안하면 수위 조절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연합뉴스와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체제가 추가 보복을 도발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란의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후 열린 내각회의에서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재보복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예멘 등 역내 친이란 세력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우리는 우리를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 공격한다는 우리가 세운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이것은 악의 축과 싸우는 곳이라면 어디든 해당한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자들은 큰 대가를 치른다는 단순한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美 "다음 대응 단계 이스라엘과 협의".. 유엔 안보리, 2일 긴급회의 개최
미 대선에도 영향.. 트럼프 "美 리더십 부재" 바이든 정부에 공세
미 백악관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이란의 행동에 대한 대응과 대처 방법과 관련해 다음 단계를 이스라엘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추가 위협과 공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협력을 다짐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2일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 성명을 내고 "중동에서 긴장 고조가 이어지고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하고 이스라엘이 맞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2일 오전 10시(미국 동부시간) 중동 상황 관련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다.
중동 상황 악화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악재임은 분명하다.
당장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완전히 예방할 수 있었다"라고 자신의 SNS에 남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도 "세계는 불타고 있고 통제 불능의 소용돌이에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리더십도 없고 아무도 국가를 운영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 이란은 완전히 견제됐다. 그들은 현금이 없었고 완전히 봉쇄돼 협상에 필사적이었다"면서 "카멀라는 그들에게 미국 돈을 쏟아부었고 그 이후로 그들은 전 세계로 혼란은 수출했으며 중동을 혼란에 빠트렸다"며 해리스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이란이 전면에 등장하면 오히려 바이든 정부와 해리스 부통령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렸으나 이스라엘과 이란이 정면 충돌한다면 이스라엘 지원에 주력해 온 바이든 정부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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