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울대 의대, '정부 불허'에도 의대생 동맹 휴학 승인.. 의정갈등 새 국면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서울대 의대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 1학기부터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했다. 이는 정부의 '의대생 동맹 휴학 승인 불가' 방침을 거스른 첫 사례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의대들도 휴학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만일 다른 의대들도 모두 휴학을 승인할 경우 내년 1학년 수업에 최대 7500명이 몰리게 돼 대혼란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 의대에 고강도 감수에 착수해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엄중 문책키로 했으나 타 의대로의 확산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 임박.. 다른 의대들도 '휴학 승인' 불가피
타 의대도 휴학 승인시 내년 1학년 7500명.. '정상 수업 불가'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는 의대 학장이다. 즉, 학장이 이들의 휴학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승인을 불허하면서 의대생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며 수업 복귀를 유도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결국 휴학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는 2학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전체 재적 인원 1만9374명 중 2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653명(3.4%)에 불과하다. 등록 인원이 한 명도 없는 의대도 9곳이나 된다.
의대생은 매년 30주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유급이 된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7월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각 의대가 학칙을 개정해 어떻게든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2학기 중에도 1학기 수업을 병행해 수강하도록 만들거나 하반기에 1·2학기 수업을 방학 없이 진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교육부의 방침 대로 학사 일정을 바꾸더라도 2025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 전까지 최소한 15주간의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즉, 늦어도 11월 중순부터는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는 학생들이 11월까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1년 치 과정을 모두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휴학 승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함에 따라 다른 의대에서도 휴학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상황이며, 일부 의대들도 휴학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다른 의대생들의 휴학이 승인되면 내년 의대 교육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올해 휴학한 1학년 대부분과 2025학년도 신입생까지 의대생 7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의대의 교수진과 인프라를 감안하면 교육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교육부 "매우 부당" 고강도 감사 착수.. 서울의대 비대위 "교육부, 의대교육 파행 강요"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에 대해 2일부터 고강도 현지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1일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이 매우 부당하다며 감사 등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동맹휴학 불허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며 "이는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려는 시도"라며 "교육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경고하며 "의대가 설치된 40개 대학(원)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 다시 한번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타 대학으로 확산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날부터 진행되는 감사에는 감사관실과 인재정책기획국 직원 12명이 우선 투입돼 의대생 휴학 승인이 학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에서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휴학은 진작에 승인됐어야 한다"며 "학장단의 결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는 휴학·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학생들을 진급시키도록 요구해 왔지만 이는 의대 교육의 파행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를 향해 "진정으로 학사 정상화와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한다면 감사나 문책 등을 내세워 대학을 협박하는 대신 내년도 교육을 위한 조치를 먼저 고민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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